베트남 시골서 집짓는 한국 젊은이들
“씬 차오(안녕하세요)! 씬 차오!”
지난 17일 오전 8시30분 베트남 남부 벤쩨주(州) 티엔터이 마을. 낯선 얼굴의 젊은이 스무 명이 반갑게 인사하며 들어섰다. 똑같은 셔츠와 모자, 면장갑 차림인 이들은 SK텔레콤의 대학생 자원봉사단인 ‘써니(Sunny)’ 멤버들. 베트남 청년동맹의 초청으로 이 나라에서 가장 가난한 마을 중 하나를 찾았다. 메콩강 삼각주에 있는 섬 지역인 벤쩨주는 베트남전(戰)에서 최후까지 미군에 저항했던 곳이기도 하다. 한국 대학생들이 이날 할 일은 판잣집에 사는 레 반 남(72)씨 가족을 위해 새 집을 짓고 길을 닦는 것. 티엔터이엔 당장 새 집이 필요한 빈민이 49가구나 된다. 이른 아침인데도 기온이 34도, 습도는 82%까지 올라갔다. 일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다들 땀 범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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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트남 남부 벤쩨주(州)의 가난한 마을‘티엔터이’에서 지난 17일 SK텔레콤의 대학생 자원봉사단원들이 빈민에게 새 집을 지어주는 일을 돕고 있다. /벤쩨(베트남)=한현우 기자
“씬 껌 언(고맙습니다).” 주인 레씨는 한국 젊은이들이 벽돌과 모래를 퍼나르자 연방 “고맙다”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조상 대대로 이곳에서 살아온 레씨는 1950년대 중반 베트콩 게릴라로 베트남전에 참전, 1969년 미군에 붙잡혀 3개월간 고문을 당하다가 간신히 풀려날 때까지 15년간 전쟁을 치렀다. “솔직히 나한테 한국은 무서운 나라였죠. 전쟁 때 한국군 소문을 들으면 정말 무서웠어요. 그렇지만 여기까지 온 한국 젊은이들을 보니 그 모든 게 전쟁 때문에 잘못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내와 아들 셋, 며느리 한 명까지 여섯 가족이 16.5㎡(약 5평) 남짓 판잣집에 살아 온 레씨네는 공사가 끝나면 방 두 개가 딸린 벽돌집에 살게 된다.
레씨 가족들은 코코넛 열매를 낫으로 깎아 구멍을 낸 뒤 빨대를 꽂아 학생들에게 권했다. 학생들은 이날 오후 이곳 초등학생 80여명에게 ‘풍선 아트’를 가르치기도 했다. 아이들은 길쭉한 풍선이 강아지가 되고 꽃이 될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자원봉사에 참가한 김선용(21·서울대 기계공학과 3)씨는 “아이들과 무심코 축구를 하다가 아이들이 맨발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오기 전에 이곳에 대해 좀 더 알았더라면 축구화라도 사왔을 텐데…”라고 했다. 한국 대학생들은 이 마을에서 3박4일을 머물며 빈민의 집 짓기를 돕고, 쉬는 시간엔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주민들은 학생들에게 답례로 양고기와 베트남 쌀소주를 대접했다.
“축 쑥 꼬에(건강하세요)!” 한국 젊은이들이 마을을 떠나는 버스에 오르며 일제히 외쳤다. 논(원뿔 모양 베트남 모자)을 쓴 베트남 주민들은 버스가 멀리 사라질 때까지 연방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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