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WTO 회원 가입의 의미와 전망
(하노이=연합뉴스) 권쾌현 특파원= 베트남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눈앞에 다가왔다.
26일 제네바에 본부를 둔 WTO의 베트남 실무위원회가 "베트남이 WTO에 가입 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었다"고 발표함으로써 베트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오는 11월7일로 예정된 WTO 총회에서 150번째 회원국으로 승인을 받게 됐다.
아직은 미국이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를 승인하지 않고 있고 호주 등이 약간의 이의를 제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어서 11월7일이면 베트남의 회원국 가입이 승인되고 이를 베트남에 통보한 날로부터 30일 후에 공식적으로 회원국 대우를 받게 된다.
베트남의 WTO가입은 다른 나라와는 다른 의미가 있다.
베트남 전쟁이후 31년이 지난 지금까지 풀리지 않은 경제 제재가 국제기구에 의해 공식적으로 종료된다는 것. 미국 의회의 PNTR도 시간문제일 뿐 곧 승인 될 것으로 보여 베트남은 이제 전쟁으로 인한 제약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게 되는 것이다.
베트남이 WTO 가입을 기다리는 실질적인 이유는 지난 5년간 이끌어 온 고속 성장을 지속해 단숨에 후진국에서 중진국 대열로 뛰어 오르겠다는 것. 베트남은 2001년부터 2005년까지 평균 7.5%의 성장을 지속했고 2010년까지 5년간은 8%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베트남이 필요한 것은 수출증대와 외국인 투자.
WTO에 가입하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중국과 함께 섬유.봉제,의류,신발 등 주로 선진국에서 취약한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는 베트남은 WTO에 가입하면 이들 제품에 대한 쿼터가 없어져 수출이 두 배 이상 늘어나고 20-50%에 이르는 관세도 평균 5% 내외로 떨어지게 되는 엄청난 효과를 보게 된다.
베트남은 이밖에도 쌀을 비롯한 농림어업제품을 주로 수출하고 있어 세계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는 WTO에 가입하기도 전에 벌써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올 들어 외국인 투자는 2개월을 남긴 10월 말 현재 45억달러를 넘어 지난해 투자액을 초과했다.
WTO 가입이 확정 발표되면 미국과 일본 등 거대기업들의 투자가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돼 베트남은 돈이 없어서 하지 못했던 남북 고속도로와 고속철도사업, 항공.항만사업 등 각종 인프라 구축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항상 후진국으로만 불렸던 베트남의 위상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트남은 라오스 캄보디아와 함께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내에서도 못사는 나라로 꼽혔으나 WTO의 효과는 베트남을 아세안의 주요국가 중 하나로 올려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부정적인 면도 적지않다.
베트남은 위의 것들을 얻게 위해 금융과 서비스, 통신, 자동차 등 많은 선진산업을 개방해야 한다.
대부분 국영기업인 베트남의 기업들이 과연 세계 최고의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기업들과 경쟁해서 어떻게 살아남을지가 관심거리다.
베트남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 각종 선진산업 개방에는 어느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고 국내기업을 민영화 해 경쟁력을 키우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을 모방한 베트남의 전술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베트남 경제관계자들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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