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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위한 투자 한국어 선택 후회 안해"

by 베트남 컨설팅 2006. 3. 31.
출처:세계일보 2005-3월 기사
"미래를 위한 투자 한국어 선택 후회 안해"
 

하노이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대학은 지난해 두 군데가 늘어 총 5개다. 대학 입시에서 한국어과 지망률이 1위를 기록하고 취업률이 100%를 육박하는 등 한국어 인력 수요가 급증한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3년 뒤면 하노이에서만 매년 300여명의 한국어 인력이 쏟아져 나오게 된다. 사춘기 때부터 한류에 흠뻑 젖어 대학 전공까지 한국어를 택한 이들은 한국·베트남 협력의 미래를 그려나갈 인재들이다.
하노이 외대 한국어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응옥·리엔·마이·타잉·뚱·흥 여섯 학생으로부터 베트남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한류와 한국에 대해 들어봤다.

#1. 한국을 택한 이유

“고등학교 때 가을동화라는 드라마를 처음 봤습니다. 그때부터 송혜교를 꼭 한번 만나보고 싶어 한국어과를 선택했습니다. 선택은 진지하지 못했지만 입학 후에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건 제 미래를 위한 투자였고 잘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흥)

“저희 집 근처에 한국회사와 한국인들이 많아요. 그래서 베트남에서 한국 기업의 발전상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입학할 때만 해도 영어과가 제일 인기였지만 한국어가 더 중요해질 것으로 판단했고 제 생각이 옳았어요.”(리엔)

한국어과 학생 대부분은 청소년기부터 한국 문화의 세례를 흠뻑 받고 자란 코리안 키드들이다. 겨울연가를 보고 HOT 노래를 부르며 자란 이들에게 한국, 한국문화는 선망의 대상이니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건 당연하다.

게다가 한국어과는 취업률 100%를 자랑하는 인기학과다. 단적으로 현재 영어 통역은 일당 30달러를 받지만 한국 통역은 일당 50달러, 때에 따라 100달러를 받기도 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녀 교육에 열성인 부모들이 적극 권해 한국어과를 택했다.

#2. 드라마 속에 비친 한국

한국과 달리 베트남 대학생들에게 해외여행은 아직 꿈 같은 일. 뚱은 한국무역협회의 초청으로 지난해 일주일 간 한국을 다녀갔지만 다른 학생들에게 한국은 아직까진 드라마로 본 게 거의 전부다.

“드라마를 보면 한국 여자들은 술도 많이 먹고 담배도 많이 피웁니다. 왜 그럴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아마 한국 술이 맛있거나(일동 웃음) 아니면 살기 힘들어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일 텐데 뒤쪽이 정답이겠죠?”(응옥)

베트남 여성들에겐 한국 여성의 음주·흡연 장면이 이색적이었다. 공산주의 국가임에도 유교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는 베트남에서 여성의 음주·흡연 장면은 쉽사리 보기 어렵다고 한다. 한편으론 한국보다 베트남 여성의 사회 진출이 더 활발할 것이라고 자부하면서도 한국 여성의 자유분방함이 신기한 동시에 부러운 기색이었다.

“한국 드라마에서 본 한국인은 낭만적이고 성격이 딱히 급해 보이지 않는데 여기서 만난 한국인들은 무척 성격이 급해요. 우리 선생님도 성격이 급하신데…(일동 웃음).”(마이)

“제가 한국어과라서 주변사람들이 항상 제게 ‘한국 사람들은 정말 드라마에서처럼 암, 백혈병에 많이 걸리느냐’고 묻곤 해요. 또 주로 연애물을 보는데 애정문제가 정말 그렇게 심각할까 하는 호기심에 선생님께 물었더니 ‘일상생활에서는 그런 사랑은 없다’고 하데요. (그래도) 과장됐지만 한국 드라마가 좋아요.”(타잉)

#3. 한국과 베트남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이들은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을 좋아하는 건 서로 비슷하다고 느끼기 때문이어요. 둘 다 한자문화권에 오랫동안 속해 있었고 비슷한 내전을 겪었습니다. 또 가족을 중시하고 낭만파인 데다 ‘합리성’보다 ‘정’을 앞세운다는 점도 공통입니다.”(리엔)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에 대해 이들은 앞으로 더욱 긴밀해질 것이라는 점을 확신한다. “직접 가서 만나 본 한국인들은 낯선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알았던 사이처럼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양국 사람이 이처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면 양국관계도 긴밀해질 수밖에 없지 않나요?”(뚱)


■한류 문제점과 대안은…

베트남 하노이 오페라하우스, 1911년 프랑스 식민지 시절 세워진 고풍스러운 이 건물이 지난달 8일 모처럼 불을 환하게 밝히고 문을 활짝 열었다. 극장 3개층 전 객석을 가득 채운 손님은 프랑스대사를 비롯한 각국 외교사절과 베트남 정관계 고위층, 문화계 인사 등이다.

베트남방송국 중계차까지 출동한 이날 무대에서 막 올린 공연은 서울오페라단의 오페라 ‘황진이’였다. 황포돛배와 상여꾼까지 등장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출연진의 현란한 무용과 아리아에 관중은 넋을 잃었다.

한국과 베트남 수교 12주년을 기념해 한국 대사관이 주최한 이날 공연은 베트남 문화계의 ‘빅 이벤트’였다. 이름만 오페라하우스지 공산화 이후 지금까지 변변한 공연 한번 열린 적 없는 오페라하우스에서 모처럼 오랜만에 진짜 오페라가 공연됐기 때문이다.

한국대사관 한우창 홍보관은 “베트남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수도에서조차 오페라 같은 고급문화를 접하기 힘든다”며 “한국 드라마로만 이뤄진 한류는 언젠가 한계가 오기 때문에 창작오페라 같은 고급문화를 함께 소개해야 한류 자체가 생명력을 갖고 지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드라마가 방영된 지 8년째인 현재 베트남 한류가 풀어야 할 과제는 그 폭과 깊이를 더하는 것이다. 드라마와 영화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현재 한류는 이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하노이국립외국어대 한국어과를 졸업한 쪄우는 “한국 드라마의 전성기는 이미 지나간 듯하다”며 “요즘은 다양한 줄거리를 가진 중국 드라마에 천편일률적 연애물인 한국 드라마가 밀리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한국대사관이 창작 오페라를 베트남에 소개한 것도 한류의 폭을 드라마, 영화에서 고급·전통 문화로 확대하려는 고민의 연장선상에 있다. 유태현 베트남 대사는 “뜨거워진 온돌도 자꾸 새 장작을 지펴야 식지 않는다”며 “대사관 홍보실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한국어 교실을 열어 한류의 깊이를 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인의 우상이 된 한국 연예인의 일부 무성의한 태도도 베트남인 사이에 원성이 높다. 한마디로 ‘돈이 안되면 아무리 불러도 오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가요도 드라마 주제곡을 중심으로 한류가 일고 있으나 불법 복제판이 판쳐 음반시장이 협소하자 한국 가수들이 베트남 방문 요청을 거절하는 형편이다.

한 홍보관은 “한국 연예인에 대한 애정이 증오로 바뀔 수 있다”며 “연예인 나름의 일정과 사정이 있겠지만 해외활동을 경제성이라는 잣대로만 평가하지 말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무역흑자만 21억 달러 동남亞 전체 규모 앞질러"

■유태현 베트남 대사

“베트남 가전제품의 50% 이상이 한국제품이고 젊은 여성 대부분이 드봉 화장품을 애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 제품이 베트남에서 약진할 수 있는 건 ‘한류’ 열풍의 공이 큽니다.”

아시아 어느 곳보다 한류 열풍이 뜨거운 베트남의 유태현 대사는 “아시아에서 한류가 가장 거센 국가의 한국 대사로서 자랑스럽다”며 “베트남 고위 공직자들도 ‘나는 바빠서 못 보지만 다른 식구들은 모두 한국 드라마 팬’이라며 한국드라마 얘기만 나오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고 뿌듯해했다.

한류 열풍에다 노무현 대통령의 성공적인 방문 등 그 어느 때보다 양국 간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지금 유 대사에겐 더욱 할 일이 많아졌다. 한류로 호전된 양국 관계를 보다 안정적이고 한 차원 높은 동반자 관계로 상승시켜야 하기 때문.

“베트남전 이후 한국과 베트남은 1992년에?공식적인 외교관계가 재개됐습니다. 그 후 불과 12년 만에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가 없는 긴밀한 협조관계가 설정됐습니다.”

한국과 베트남의 긴밀한 관계는 양국 간 교역규모에서 더 잘 나타난다. 지난해 우리나라와 베트남의 무역 규모는 32억달러, 이 중 우리나라가 거둔 무역흑자가 21억달러다. 동남아시아 전체 무역흑자보다 베트남에서 거둔 수확이 더 클 정도.

“빈한한 나라에서 우리나라가 많은 흑자를 보고 있기 때문에 무역 역조를 가급적 감소시켜야 합니다. 한가지 말하자면 베트남이 현재로서는 공산품을 한국에 수출하기는 어려운 상태고 비교우위를 가진 건 열대과일과 농산물인데 농촌정책에 지장이 없는 한 베트남 농산물을 과감하게 수입해서 성의를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일하는 베트남 노동자 역시 양국 관계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변수다. “매년 6000여명의 베트남 젊은이들이 한국에 일하러 갑니다. 이들은 치열한 선발 경쟁을 뚫은 우수한 인력으로 비록 근로자지만 돌아오면 베트남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들입니다. 국내에서 산업연수원생 인권문제 등으로 구설수가 있었고 이웃나라에서는 반한단체도 생겼는데 잘 대해줘 한국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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